작은학교 살린다 해놓고..교육부 학교통폐합 방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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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현샘 댓글 0건 조회 1,112회 작성일 19-11-27 12:17본문
작은학교 살린다 해놓고..교육부 학교통폐합 방관 논란
서울·청주·음성·울산서 통폐합 한창 진행..반발 거세
'학교 1개 세우려면 3개 없애야 한다'는 총량제 원칙
교육부 "총량제 공식원칙 아냐" 주장..통폐합 가속화
전문가 "재원투자 및 분리·적정 규모 기준 수정해야"
【청주=뉴시스】 인진연 기자 = 충북도교육청이 신규 개발지구의 학교 신설을 위해 추진하는 청주 가경초등학교 이전 재배치계획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구성한 '가경초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가 24일 도교육청 앞에서 이전 재배치 즉각 철회를 교육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2019.06.24.in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교육부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작은학교들이 지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살려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학교 신설을 위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계속 되면서 잡음과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 신설을 위한 대규모 재원 투자 심사인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려면 '학교 3개가 문을 닫아야 새 학교 1개를 신설할 수 있다'는 소위 '학교총량제'가 일선 학교 현장에선 교육부의 비공식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교육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작은 학교 살리기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서울·울산·충북교육청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해당 학교 학생 및 학부모 반대에 직면했으며, 이 상황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서울교육청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는 송정중과 공진중, 염강초 통폐합을 조건으로 내년에 마곡2중을 신설·개교하기로 하고 학교 신설을 위한 재원 200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송정중 학생과 학부모들은 최근 폐교에 반대하며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규탄하고 나섰다. 사전에 학교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불충분했고 폐교 사실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폐교를 추진하면서도 서울교육청 역점사업인 우수 혁신학교로 지정한 점도 혼란을 더했다.
송정중 학부모들은 우수 혁신학교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마곡2중 학부모들은 유보기간인 예비혁신학교로 개교하는 것도 거부하며 송정중 존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이미 결정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울산교육청도 내달 열리는 교육부 정기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3개 중·고등학교 신설과 관련해 폐교 대상 학교를 바꾸거나 통폐합 기한 조건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울산교육청은 북구에 대규모 아파트가 건설됨에 따라 효정고와 농소중, 화봉중(또는 연암중) 가운데 1곳을 폐교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년에 제2호계중, 강동고, 송정중을 신설하기로 했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도 이 같은 조건으로 학교신설교부금 약 626억원을 보냈다.
그러나 막상 개교가 1년도 채 안 남은 상태에서 학교가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예측과 달리 학생 수가 줄지 않자, 실제 폐교시 심각한 과밀학급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울산교육청은 지난 4월 한 차례 교육부에 조건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으나 '불가' 통보를 받았다.
충북교육청은 청주 가경초, 가덕초·중학교와 음성의 음성여중·음성중·한일중 등 학교 통폐합 및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주 가경초와 음성여중 학생·학부모들의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 충북교육청은 청주와 진천혁신도시 등 택지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학교를 신설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갈등은 진행 중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학교 신설과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지방교육재정전략회의에서 지역에 따라 존속할 필요가 있다면 다양한 형태의 작지만 강한 학교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향후 학교 소멸이 지역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교를 문화·체육·복지시설과 복합화 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때문에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도 기대를 표했지만 실제 바뀐 후속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총량제'는 공식적인 개념도 원칙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지 신설요청이 들어오면 실제 그만큼 학생 수요가 있는지, 동일학군의 학교에서 수용할 여력이 있는지 분산배치 가능성을 면밀히 살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이 1980년대부터 통폐합한 학교는 약 5400개 수준이다. 인구가 급감한 농어촌이나 구도심 학교를 주로 통폐합하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학교 통폐합 목표치를 할당해 교육청에 페널티를 부여하기도 했으나 지난 2016년부터는 '적정규모화'라는 명분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해 통폐합을 유도했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는 면·도서벽지 학생 60명 이하, 읍지역은 초등학교 120명, 도시는 240명 이하일 경우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올해는 교육당국은 소규모 학교를 살리자는 기조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규모 기준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호남지역 한 국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학교 신설과 통폐합은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 중앙투자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며 "추후 학교신설은 중앙투자심사 사항에서 제외하도록 하거나 별도 투자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법규를 개정하고, 적정규모화 기준도 새 기조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학교 통폐합 갈등은 다음달 예정된 중앙투자심사에서 더 부각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재원을 어렵게 심사해 확정한 만큼 통폐합 조건을 무산하거나 변경하는 일이나 학교신설 교부금을 반납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교육당국이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한 서울과 울산은 학교 구성원과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얘기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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